문재인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의 한국 프랑스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 발표 이후 리샤르 페랑(Richard Ferrand, député du Finistère) 하원의장을 면담하고 15일 오후 8시30분쯤 (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프랑스 엠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대통령이 주최하는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먼저 하원의장 공관 집무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페랑 하원의장의 면담이 이루어졌다.

페랑 하원의장은 여당 전진하는 공화국(LREM)의 초대 사무총장이자 하원의장 당선 직전 원내대표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 내에서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은 남북미 간의 노력에 대해 환영과 지지의 의사를 밝혔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해 줬다. 프랑스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더욱 빨리 취해 나갈 수 있도록 동력이 되어 달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시 UN의 북한 제재 완화에 대한 지지 의사 당부로 보이며 이는 곧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남북철도 경협 등과 관련된 경제협력으로 풀이된다.

이에 페랑 하원의장은 “평화를 향한 대통령의 헌신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으며 한반도의 긴장 완화, 안보 증진 노력을 지원해 나가겠다. 프랑스 대통령이 한반도 프로세스에 지지와 결의를 다진 것처럼 외교위원, 친선협회 위원들 모두 그 프로세스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결의를 다졌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궁(엘리제궁) 1층 만찬장에서 마크롱 대통령 주최 국빈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장은 화려한 샹들리에, 금빛 기둥과 붉은색 커튼으로 꾸며졌고 각 테이블에는 긴 초와 분홍색 장미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마크롱 대통령 부부는 궁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다시 반갑게 맞아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우측엔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자리했고 마크롱 대통령의 왼편엔 김정숙 여사가 앉았다. 마크롱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만찬사가 이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만찬사에 "세종대왕이 1446년에 창제하신 고유의 한글, 역사의 부침으로 분열됐던 이 언어를 이제 다시 하나로 만드는 것은 평화의 제스처이자 인류의 과업이기도 합니다" 양국의 위대한 우정을 위하여 건배"하며 만찬사를 마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프랑스와 대한민국은 오랜 친구이자 동지입니다. 나는 지난 8월 동북아시아 6개국과 미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했습니다. 동북아시아에서도 철도공동체가 성공해 경제협력과 다자안보협력을 이뤄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유럽통합을 이끈 프랑스의 성원과 지지가 함께한다면 한반도는 평화를 이루고 동북아시아의 통합과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라며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되새기며 양국이 함께 만들어갈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위해 건배를 외쳤다.






▶문재인 대통령과 엠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의 정상 만찬은 저녁 11시 30분(현지시간)까지 이어졌다.

당초 국빈만찬 일정은 오후 10시쯤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두 정상은 1시간30분 이상 서로와의 대화에 집중했다.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해온 외국 정상과의 만찬 중 가장 늦은 시간까지 만남이 지속됐다.

▶마크롱 대통령 김정숙 여사의 팔짱을 끼고 나폴레옹 방과 엘리제궁 관저 안내

국빈 만찬이 11시가 넘어가자 한국과 프랑스 양국 의전장은 두 정상에게 만찬을 종료할 것을 건의했다. 그런데 갑자기 마크롱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의 팔짱을 끼고 어딘가로 이끌기 시작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제 궁의 정원, 응접실, 브리지트 여사의 개인 집무실, 서재 등으로 안내했고 벽에 걸린 피카소의 그림 등을 일일이 설명해 주었다.


▶엘리제 궁의 나폴레옹 방

특히 엘리제 궁의 나폴레옹 방을 안내해 주었다. 이 방에는 1815년 워털루 전쟁에서 패한 나폴레옹 1세가 영국과 프로이센 연합군에게 서명한 항복 문서가 지금까지 보관되어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문서를 보여주고 방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폴레옹 3세가 이 방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으며, 자신이 주창한 지역개편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뒤 샤를 드골 대통령이 사임을 결정했다고 전해진 방이라는 것이다.

브리지트 여사는 "나와 남편은 이 방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고 농담을 했고 문 대통령 부부도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오후 11시30분이 되어서야 엘리제궁을 나설 수 있었다. 문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의 만남은 총 5시간 동안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해외 순방과정에서 이제껏 받아보지 못한 환대를 받았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 프랑스 국빈만찬 만찬사


존경하는 마크롱 대통령 내외분,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 부부와 대표단을 따뜻하게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도시 파리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각계각층 인사들과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마크롱 대통령님과는 두 번째 만납니다. 우리는 같은 시기에, 닮은 모습으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지향하는 가치도 비슷합니다. 대통령님 말씀대로 닮은 점이 많아 ‘쌍둥이’ 같기도 합니다. 연장자인 제가 득을 많이 보는 듯합니다. 오늘 마크롱 대통령님과 나는 깊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우리의 대화는 양국관계는 물론 포용적 사회정책과 성장전략,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까지 다양하게 이어졌습니다. 특히, 최근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빈곤퇴치와 의료정책에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어린이에 대한 교육과 복지를 강화하고, 세대로 이어지는 불평등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대통령님의 의지는 반드시 좋은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낡은 이념의 틀을 깨고, 오직 국민을 위해 전진(En Marche)하는 대통령님의 지도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프랑스와 대한민국은 오랜 친구이자 동지입니다.

20세기 초, 나라를 잃은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 곳이 여기 파리였습니다. 또한 중국의 프랑스 조계지에서 시작된 상해임시정부는 대한민국 정부의 뿌리입니다. 한국전에서 3천명이 넘는 프랑스의 젊은이들이 함께 피 흘리며 자유와 생명을 지켰습니다. 자유와 평등, 박애의 정신을 실천으로 보여준 프랑스 정부와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국 국민들은 프랑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지금도 많은 한국인들이 프랑스를 좋아합니다. 프랑스의 문화와 예술, 지성을 배우고 싶어 합니다. 몽테스키외를 읽으며 진정한 법의 의미를 되새기고,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이끈 시민의 힘을 생생하게 실감합니다. 무엇보다 나는 프랑스의 위대함을 포용과 화합에서 느낍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외무장관 로베르 슈망은 적대국 독일과 함께하는 ‘경제공동체’를 제안했습니다. 분열된 유럽을 통합하기 위해 프랑스는 대담한 상상력을 발휘했습니다. 이듬 해, 유럽 6개국이 참여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탄생하며 상상력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68년이 지난 지금 유럽은 하나의 공동체로 평화와 번영을 이뤄가고 있습니다. 지난 1년 한반도 또한 프랑스와 같은 포용과 화합의 정신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남과 북은 군사적 대결을 끝내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도 두 번째 만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지난 8월 동북아시아 6개국과 미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했습니다. 동북아시아에서도 철도공동체가 성공해 경제협력과 다자안보협력을 이뤄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유럽통합을 이끈 프랑스의 성원과 지지가 함께한다면 한반도는 평화를 이루고 동북아시아의 통합과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스 국민들께서 평화를 향한 한반도의 노력에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준 것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되새기며 프랑스와 한국의 영원한 우정, 또 양국이 함께 만들어 갈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위하여 건배를 제의합니다.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