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  - (세계인권선언 1조)

세계 인권선언 70주년을 기념하는 2018 인권의 날 기념식 행사가 12월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께서는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세계 인권의날 기념식에 대통령이 참석한 건 2003년 노무현 대통령께서 참석한 이후 15년만에 문재인 대통령께서 역대 2번째로 참석했습니다.

세계 인권의 날 기념식은 1948년 12월10일 유엔총회에서 세계 인권선언이 채택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세계 인권선언은 세계 제2차대전이 끝나고 당시 추축국들이 저지른 끔찍한 전쟁범죄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다시는 그러한 범죄행위가 없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세계적으로 형성되었고 인류가 지켜야 할 하나의 윤리기준이 필요하다는 여론 또한 일어나게 되면서 그 결과 유엔총회를 통해 세계인권선언 United Nations Human Rights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2018 인권의 날 기념식

인권의 날 기념식은 배우 권해효씨가 사회를 맡았으며 권혜효씨는 인사말을 통해 "15년전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했던 인권의 날 기념식 이후 15년이 지났습니다. 현재 거리에서는 차별의 날선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다시 모인 마음이 중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오늘 이 시간 우리 사회의 인권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결의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민주화항쟁의 성지인 이곳에서 기념식 열려서 더욱 뜻깊은 것 같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모델 한현민, 세월호 유가족 유해종, 5.18 항쟁 고문 생종자 차명숙, 이은미 등 세계인권선언 낭독

먼저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인권을 상징하는 사람들이 세계인권선언의 한 구절을 낭독하는 순서로 이어졌습니다. 모델 한현민씨는 "저의 피부색은 틀림이 아니라 다름입니다. 제2조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다."

세월호 유가족 유해종 씨는 "국가의 무능함으로 희생되는 국민이 정말로 없는 나라를 희망합니다. 제3조 모든 사람은 자기 생명을 지킬 권리,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자신의 안전을 지킬 권리가 있다."

5.18항쟁 고문 생존자 차명숙씨는 "제가 받았던 가혹한 고문과 트라우마로 부터 평생 벗어 날수 없었습니다.제5조 누구도 고문이나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처우 또는 형벌을 받아서는 안된다"

간첩조작사건 생존자 유우성씨는 "제10조 모든 사람은 독립적이고 공평한 법정에서 공정하고 공개적인 심문을 받을 권리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명예대사 가수 이은미는 "혐오와 차별을 넘어 누구나 존엄하게. 제1조 모든 사람은 태어날때 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라며 세계인권선언을 낭독했습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정권에 따라 인권현안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부족한 모습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이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앞으로 인권의 가치가 최우선이 되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인권과 관련된 일이라면 시민들의 편에서, 약자의 편에서 할 말을 하겠습니다. 누구든 만나서 적극적으로 인권의 가치가 반영된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 말했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 국민훈장 무궁화장 시상

평화, 그리고 인권
"평화를 통해 인권이 보장되고 인권을 통해 평화가 확보되는 것입니다."

올해 대한민국 인권상인 국민훈장 무궁화장 시상식이 이어졌습니다. 올해 수상자는 지난 7월 숨진 고 노회찬 의원입니다.1982년에 용접공으로 노동운동을 시작한 노회찬 의원은 35년동안 노동자, 여성, 장애인 등 우리사회 약한 이들의 인권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신 공로를 인정해 고 노회찬 의원께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습니다.

노회찬 의원의 아내인 김지선 씨와 동생 노회건 씨가 고인을 대신해 연단에 올랐고 대통령이 훈장을 전달했습니다.

인권의 날 기념식 공연 마지막 순서로 '아침이슬'을 불렀습니다. 진행자인 배우 권해효씨가 모두 일어서서 함께 부를 것을 제안했고 맨 앞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께서도 일어서서 손을 잡으시고 함께 '아침이슬'을 불렀습니다.




▶2018 인권의 날 기념식 문재인 대통령 축사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은 세계인권선언 70주년입니다.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모든 숭고한 노력에 깊은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세계인권선언은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전쟁과 야만의 역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전문과 각 조항에 담겨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 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고 천명했습니다. 이어지는 30개의 조항은 국가를 비롯한 그 어떤 권력도 침해할 수 없는 인간의 기본권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인권의 역사도 자유와 평등을 향한 치열한 투쟁의 여정이었습니다. 인간답게 살 권리를 갖기 위해 평범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열망이 모였습니다. 종교계, 법조계, 시민사회도 힘을 보탰습니다.

우리가 모인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곳곳에는 영광스런 투쟁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한국 전쟁 당시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사제들과 수녀들의 순교가 이어졌습니다. 성당 안쪽 뜰에 순교자를 위한 기념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군사정권의 불법적인 구금과 고문에 항거했던 민주항쟁의 진원지도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1987년 6월10일 오후6시,민주주의를 알리는 종소리가 나지막이 성당을 채웠고 그렇게 시작된 민주 항쟁은 전국으로 들불처럼 퍼져나갔습니다. 마침내 군사독재의 시대를 끝냈습니다. 2년 전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다시 회복시킨 촛불의 물결도 예외 없이 이곳에서 타올랐습니다. 오직 국민의 힘으로 대한민국 인권의 역사는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그 역사는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아로새겨졌고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는 무궁무진합니다.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 권리를 가지며, 노동자는 공정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일할 권리가 있습니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도 우리에게 있습니다. 최근 많은 국민들이 아동폭력 문제를 염려하고 계십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문제가 된 아동양육시설에 아동인권에 대한 직무교육을 권고하고, 관할 관청에 특별 지도점검을 실시하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아이들이 학대와 폭력에 장기간 노출될 때 건강한 발육과 정서적 안정에 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정신병원 환자에 대한 사물함 검사에 대해서는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열악한 환경에 있는 구금시설 수용자에 대해서는 적절하고 전문적인 의료 처우를 제공할 것을 법무부와 보건복지부에 권고 했습니다. 최근 차별과 혐오가 우리 사회를 갈라놓고 있습니다. 최영애 위원장님과 국가인권위원회가 앞장서 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자신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권리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합니다.

인권은 일상에서 실현될 때 그 가치를 발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노력은 우리의 삶 속에 인권을 뿌리내리게 할 것입니다. 한때, 국가인권위원회가 사회의 중요한 인권현안에 눈과 귀를 닫고 관료화되어간다는 뼈아픈 지적이 있었지만 다시, 약자들 편에 섰던 출범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반갑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모범적인 국가인권기구로 인정받았던 활약을 되살려주길 바랍니다.

대통령으로서 약속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앞으로도 독립적인 활동을 철저히 보장받을 것입니다. 아울러 정부도 사회적 약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지난 8월 발표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이번 기본계획에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인권존중에 관한 내용을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인권수준이 나날이 향상되고 인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를 바랍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식민지배와 독재, 전쟁을 겪은 국가 중에 대한민국 정도의 인권 수준을 가진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여기 계신 인권활동가 한 분 한 분의 진정어린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야할 길이 아직 멉니다. 한반도의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평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계인권선언의 첫 초안을 작성한 존 험프리는 "전쟁의 위협이 없어지지 않는 한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지킬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지금의 세계인권선언 서문도 "인류의 존엄성과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평화의 기초"라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통해 인권이 보장되고, 인권을 통해 평화가 확보되는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를 해체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 민족 모두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입니다. 이는 곧 한반도와 동북아,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자유와 정의, 평화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와 번영이 함께 실현되길 기대합니다. 우리의 노력은 전 세계에 희망이 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대성당을 둘러보니, 건축양식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서양식과 전통 한국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서로의 본질을 잃지 않고, 존중하며 평화가 가득한 공간을 만들어 냈습니다. 건축과정도 경이롭습니다. 모금활동을 통해 부족한 재원을 조금씩 모으며 87년 동안 성당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인권도 이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름을 차별이 아니라 존중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어우러져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입니다. 어떠한 고난에도 포기하지 않고,묵묵히 변화를 완성시켜 가는 것입니다.

또한 인권을 무시할 때 야만의 역사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세계인권선언의 역사와 의미를 담아 행사를 잘 준비해 주신 인권위원회 관계자 여러분께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인권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면서, 결코 포기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인권과 평화를 향한 이 길에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해 주시길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