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을 마치고 3월26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빈방문 중인 벨기에 필립 국왕 부부를 위한 국빈만찬이 열렸습니다. 양국의 우정을 위한 이번 국빈만찬에 벨기에 측에서는 국왕 부부를 비롯한 46명의 대표단이 참석했으며 한국 측에서는 강경화 장관을 비롯한 정부와 재계, 문화계 인사들이 자리했습니다.

특히 두 나라의 인적교류를 상징하는 예술, 스포츠계 인사들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습니다. 2014년 개교한 벨기에 겐트대 송도캠퍼스의 한태준 부총장, UN군 참전 60주년이던 2016년에 벨기에 참전용사들의 봉은사 방문을 주선한 원명 스님, 브뤼셀 자유대학교의 한국학 석좌 교수인 라몬 파르도 교수, 벨기에 안더레흐트 소속 선수로 활동했던 설기현 선수 등이 함께 했습니다.

▼벨기에 국왕 부부의 국빈만찬 문재인 대통령 국빈 만찬사

존경하는 필립 국왕님, 마틸드 왕비님, 그리고 벨기에 대표단 여러분, 한국의 따뜻한 봄기운을 담아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국왕님은 제가 취임 후 처음으로 맞는 유럽 왕실 국빈입니다. 벨기에 국왕으로서도 27년만의 방한이라고 들었습니다. 다시 만나 뵙게 되어 매우 반갑습니다. 국왕님의 방한으로 양국의 우정이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유럽의 가장 아름다운 도시 브뤼셀에서 지난해 나는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모든 문화가 존중받는 벨기에의 모습을 봤습니다. 브뤼셀이 인류의 중심지가 된 것도, 12차 ASEM 정상회의를 통해 세계가 글로벌 동반자임을 확인한 것도 벨기에가 가진 통합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적, 문화적, 사회적 차이를 넘어 통합과 화합의 길을 이뤄낸 국왕남과 벨기에 국민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이번에 국왕님이 매우 귀한 선물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양국의 오랜 우정을 보여주는 외교 문서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1919년의 문서가 눈길을 끕니다. '한국에서 3.1독립운동이 일어났을 당시 한국인들은 자유를 원했으며 침착하고 당당하게 행동했다'고 주일본벨기에 대사관이 본국에 전했습니다. 암울한 시기에 벨기에가 보여준 객관적이고 진실한 태도는 한국인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이 되었습니다.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어서 더욱 뜻깊습니다.

벨기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함께 피 흘린 우리의 혈맹입니다. 당시 참전부대 중 제3 공수대대는 후일 국왕님이 근무하신 부대라고 들었습니다. 한국의 평화와 자유를 함께 지켜준 벨기에 국민들에게 깊은 우정과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처럼 한국민들은 그 고마움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1901년의 수교 때부터 긴 시간 지속된 양국의 인연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양국의 교역량도 계속 늘어 지난해에 사상 최고치인 47억불을 기록했습니다. 솔베이, 유미코아 등 벨기에 기업들의 한국 투자가 늘고 있으며 우리 기업들의 벨기에 투자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할 양국의 관계가 기대됩니다.

'인생의 어려움은 우정이 해결 한다'는 벨기에의 속담이 멋집니다. 우리의 우정으로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국왕님과 왕비님의 건강, 그리고 두 나라의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건배를 제의합니다. 건배!

▼벨기에 필립 국왕 국빈만찬사


인사말에 나선 필립 국왕은 대한민국 문화에 대해 찬사하며 "대한민국 문화의 위대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할 수 있게 되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고려청자 특유의 빛깔, 전통 궁중요리 고유의 풍미, 가야금의 감미로운 선율, 더 오래 머무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수세기에 걸친 전통을 계승한 한국은 확고히 미래를 지향하고 있다, 한국 국민들은 많은 고난과 시련을 겪었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항상 뛰어난 용기와 회복, 탄력성을 보여 주었다.

내적 강인함이야말로 한국의 급속한 발전,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한국의 탁월한 기여도, 그리고 세계무대 속에서 한국이 지금의 위치를 가질 수 있는 비결이라고 믿는다, 한국이 다자협력 체제와 지역통합에 성공적으로 동참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이와 같은 강인함에서 비롯되었고 절대적인 우수성과 탁월함으로 모두를 위한 최상의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필립 국왕은 오늘 낮에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고 밝히며 벨기에 참전용사들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감사 표시에 깊이 감동했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통령의 불굴의 노력에 성원과 지지를 보내고 대통령님의 공로에 힘입은 최근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필립 국왕은 오랫동안 발전해 온 양국관계, 경제, 문화, 학술, 예술 분야의 수많은 교류 사례들을 열거하며 진정한 우정을 바탕으로 양국의 공동 번영을 기원한다고 말하며 국왕은 참석자 모두에게 일어나서 건배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참석자들이 일어나자 국왕은 한국어로 "양국의 우정을 위하여!"라고 건배했습니다. 예상치 못 한 필립 국왕의 한국어 건배사에 모두가 웃으며 잔을 부딪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