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0일 방송되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는 MB정부 ‘하베스트’ 관련 자원외교에 이어, 또 하나의 자원외교 ‘쿠르드 유전’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을 파헤친다.

이라크 쿠르드 유전 개발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자원외교 1호 사업입니다. 자원 외교 1호 사업은 첫 번째 이명박 정부의 국책 사업이기도 했습니다.

2008년 2월 14일 이명박 당선인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 양해각서 체결
한국을 방문한 이라크 쿠르드 지방 정부 총리와 한국석유공사가 이라크의 쿠르드 지역에서 대규모 유전개발 사업을 추진한다는 MOU, 즉 양해각서를 체결한 날이었습니다.

이명박 당선인(2008년 2월 14일)
"그 지역에는 석유 자원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한국이 필요한 석유 유전 개발에 참여 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우리 한국 기업들에게 줬으면 좋겠습니다."

2008년 6월 25일 석유공사 쿠르유전개발 사업 계획 발표
석유공사는 쿠르드 지역 유전개발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합니다. 쿠르드 지역에 5개 광구의 개발권을 확보했고, 그 광구에만 무려 72억 배럴의 석유가 묻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중 약 20억 배럴이 우리나라의 몫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가 1년에 쓰는 원유량은 8억 배럴 정도. 20억 배럴이면 별도의 원유 수입 없이도 국민 전체가 2년 반 동안 쓸 수 있는 양입니다.

쿠르드 유전 개발 대가로 2조원 규모의 SOC, 고속도로+유전개발 착수금 2천2백억원
원유를 100%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꿈같은 발표였습니다. 하지만 공짜는 아니었습니다. 쿠르드 지역에 발전소와 고속도로 등 2조원 규모의 SOC, 즉 사회기반시설을 지어주고 유전 개발 권한을 받는 대가로 즉시 2천 2백억 원을 쿠르드 지방정부에 제공하는 조건이었습니다.

건설이나 토목공사 경험이 전무한 석유공사는 국내 건설회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함께 쿠르드 SOC 건설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서문규 석유공부사장(2008년6월25일)
"SOC 기업들은 SOC 건설 자금을 우선은 조달을 해서 사업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상환 방법은 저희가 8개의 광구에 참여를 했으니까 그곳에서 생산이 되면 그 원유로 반환받도록 그렇게...원유로 상환을 하는 겁니다...생산된 원유로 SOC건설 자금을 상환하는 스킴(방식)입니다."

▶ 1조5천억 투자, 66억 회수
10년이 흐른 지금, 과연 쿠르드 지역 유전 개발의 결과는 어떠할까?
이명박 대통령의 자원외교 1호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 석유공사는 이 사업 하나에 탐사비와 SOC 시설 건설로 10년 동안 약 1조 5천억 원을 썼지만 회수된 돈은 단 66억 원입니다.

석유발견에 실패한 광구에 들어간 탐사비만 5천 5백억 원. 석유공사의 해외 투자비용은 13조원은 대부분 빚을 내 진행했습니다.

건실했던 공기업 석유공사를 부채비율 600%가 넘는 부실기업으로 몰고 간 시발점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1호 자원외교 프로젝트,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입니다.

1) 상가우 노스 광구(기대 매장량 8억 배럴)
시추 결과 원유가 있을 가능성이 낮아 2012년 지분을 반납하고 손을 뗐습니다.

2) 쿠쉬타파 광구(기대 매장량 8억 배럴) 석유 발견 실패했습니다. 2012년 광구 지분을 반납하고 철수했습니다.

3) 바지안 광구(12억7천만 배럴)
경제성 있는 유전이 아니라는 판정에 따라, 2014년 개발을 포기했습니다.

4) 상가우 사우스 광구(3억2천만 배럴)
상가우 사우스 광구에서는 물과 소량의 원유만 발견됐습니다. 2016년 사업을 접었습니다.

결국 5개 중 4개 광구는 지분을 모두 반납하고 유전 개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석유공사 이라크 중앙정부 블랙리스트
이라크 중앙 정부는 자신들의 승인을 거치지 않으면 자신들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이라크 내에서의 유전 개발은 불법입니다. 그런데 석유공사는 이라크 중앙 정부를 거치지 않고, 크루드 지방 정부와 직접 유전개발 계약을 맺은 겁니다.

결국 우리나라 석유공사는 이라크 중앙정부 블랙리스트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이라크 중앙정부가 시행하는 유전 개발 사업에 입찰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쿠르드 광구 매장량 부풀리기 조작
쿠르드 광구는 석유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완전한 탐사광구였습니다.

특히 석유공사가 따낸 광구들은 상당한 지형 변화가 일어났던 곳으로 석유가 정확히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려면 반드시 추가 조사를 해야만 합니다.

유전 광구 종류
1)생산광구 (이미 석유를 뽑아내고 있는 생산 광구)
2)개발광구 (시추를 통해 석유가 묻혀있는 것이 확인된 개발 광구)
3)탐사광구 (석유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탐사 광구)

탄성파 검사 없이 발표
땅속에 음파를 쏴서 그 반응에 따라 석유가 묻혀 있을 지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이를 탄성파 탐사라고 부릅니다. 탄성파 탐사를 해 지하 구조를 파악한 뒤 시추를 해도, 실제 원유가 발견될 확률은 20% 남짓입니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2008년 당시,탄성파 검사 자료도 없이 20억 배럴의 원유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그냥 발표해 버렸습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쿠르드 사업 평가 보고서➡대형유전 발견 가능성 희박
스트레이트가 단독으로 입수한 쿠르드 광구 평가 보고서입니다. 2007년 4월 노무현 정부 당시 쿠르드 사업을 추진하며 석유공사가 작성한 것입니다.

석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지형조차도 탄성파 자료가 없어서 매장량을 추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뜻입니다. 4개의 관심 광구의 경우, 지표 배사구조로 추측할 때, 대형유전 발견 가능성은 희박하며, 수천만 내지 1-2억 배럴 규모일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석유가 더 있을 것 같은 관심 광구 4개조차도 대형유전일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설명입니다.

목숨을 앗아간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
2011년 6월 3일 석유공사 배과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배 과장은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 담당자였습니다.

세상을 등지기 약 1년 전, 당시 석유공사 강영원 사장의 발언을 적은 메모. 배 과장의 어깨를 짓눌렀을 한 줄의 문장이 무겁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이라크 사업을 강조하고 있음"

<석유공사 故 배모 과장 유가족>
"애 아빠 회사 자리 번호로 제가 전화를 했어요. 돌아가셨다. 그러면 '왜 돌아가셨느냐. 교통사고라도 나셨냐.' 이런 걸 물어보시는 게 정상이잖아요. '출근 못 하신다. 돌아가셨다.' 그러니까 직원이 "하..." 이러더니 왜 돌아가셨는지 안 물어보는 거예요"

<김병수 故 배모 과장 동료>
"사실 너무 놀랐어요. 왜? 왜 돌아가셨을까 대체 이유가 뭐지 특히 이제 자살하셨다고 들었기 때문에 도저히 그럴 분이 아닌데"

숨진 배 과장이 남긴 4권의 업무 수첩에는 2010년부터 1년여 기간 동안 이라크 크루드 사업과 관련된 내용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꼼꼼히 기록돼 있습니다. 배 과장의 업무수첩 곳곳에는 유전 탐사 결과가 좋지 않다는 내용들이 등장합니다.

상가우 노스 광구 산출 실험 결과, 대부분 물이 산출 쿠르드 유전 탐사 자원량 참여 당시 65억 배럴 2009년 44억 배럴 2011년 10억 배럴 석유공사 경영위원회 현재 탐사광구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

업무수첩에는 감사를 받을 때 감사원에 자료를 파일 째 주지 말라는 회사의 지시도 적혀 있었습니다. 사실상 은폐, 축소 지시를 받았다고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배 과장은 이렇게 부조리한 상황을 극단적으로 괴로워한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그리고 무엇이 그를 죽음에까지 내몰았는가?

"쿠르드 사업 청와대 MB에게 직보"

유족, 배 과장의 업무일지와 이메일자료 공개
세상을 떠난 지 7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왜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는지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유족들이 바라는 건 바로, 진실입니다.

<스트레이트>는 배 과장의 업무일지와 이메일을 단독 입수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해외자원 개발에 청와대가 개입한 적이 없다는 그간 이명박 청와대의 해명은 사실상 거짓말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10년 8월 3일자 이메일
해외 석유기업 인수 합병과 이라크 쿠르드 유전 사업을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보고하라는 지시가 떨어집니다. 지식경제부가 석유공사에 통보한 겁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해외자원 개발을 직접 챙겼다는 물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8월 5일자 이메일
이라크 쿠르드 사업과 관련해 현재 유전에 대한 탐사 정보가 아주 자세히 들어있습니다. 쿠르드 광구 탐사 시추가 지하 3847m까지 내려갔다는 정보, 시추 지점이 백악기 쥐라기 시대에 만들어진 지층이라는 내용, 탐사 시추에서 매일 체크되는 석유와 물의 양, 그리고 압력과 온도 데이터 석유 전문가가 아니면 해석도 할 수 없는 용어와 수치들이 낱낱이 담겼습니다.

 ✔8월10일
청와대 김성열 행정관이 축약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합니다.
"시추 현황이 금일 VIP에게 보고되었음. 공사 제공 자료를 김성열 과장님이 축약함"

(2011년 3월 12일) 지경부 승인, BH(청와대) 승인을 받은 사항으로 변경 시 수락 불가

(2011년 3월 21일)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보고한 바 있습니다.

(2011년 5월 9일) 쿠르드 계약수정관련 최종적으로 VIP 보고 예정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해외 자원개발에 직접 그리고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사상 처음 물증으로 확인된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업 내용을 보고하며 극심한 중압감을 느꼈던 배 과장은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심정을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잘못 태어난 이 계약은 언제 마무리될까."

자원외교 주도 인물 김성훈, 하찬호
1)김성훈(석유공사 부사장 승진)
이명박 정권부터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을 주도한 인물입니다. 그는 쿠르드 사업 발표 2009년 석유공사 부사장까지 승진합니다.

(김성훈 전 석유공사 부사장)
"이거는 제가 얘기함으로 인해서 뭔가 새로운 시작이 되면 내가 석유공사에 열심히 했지만 굉장히 미안하다니까요. 제가 어떻게 무슨 말을 합니까 자꾸 그러시면 전 전화도 잘 안 받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2)하찬호 이라크 대사 ➡이명박 대통령 인수 위원➡ 캐나다 대사로 영전➡김성훈 석유공사 부사장과 하베스트 인수 지휘➡베트남 대사 ➡ 삼성전자 베트남 복합단지 고문

크루드 유전 개발 1개 유전, 투자금 330억 원이었던 사업이 5개 유전, 2조 2천억 원으로 터무니없이 커진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하찬호 당시 이라크 대사입니다.
이라크 사업 다음해인 2009년 3월 하찬호 대사는 주 캐나다 대사로 영전합니다. 2009년 8월 캐나다에서 아주 중요한 협상이 시작됩니다. 석유공사가 부실덩어리였던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에 돌입한 겁니다. 무리했던 하베스트 인수를 진두지휘한 인물이 바로 김성훈 석유공사 부사장입니다.

3)김성훈 전 석유공사 부사장➡캐나다 하베스트 이사회 의장 역임➡ GS 에너지 고문

4조 5천억 원에 인수를 마친 김성훈 부사장은 캐나다 하베스트 이사회 의장을 역임합니다. 이라크 쿠르드 사업의 숨은 두 주역은 2010년 10월 18일 하베스트 유전 가운데 하나인 블랙골드 광구 유전 시설 건설 기공식에서 캐나다 대사로, 하베스트 이사회 의장으로 가운데 나란히 섭니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 과정에서 확정된 손실만 무려 13조 원. 그러나 석유공사 뒤에서 청와대,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무엇을 왜, 어떻게 어디까지 지시했는지는 수사된 적이 전혀 없습니다.

하찬호, 김성훈, 이름 꼭 기억해야 합니다.

돈이 사라졌습니다. 국민의 피 같은 돈이 사라졌습니다. 자원외교로, 4대 강으로, 사라진 돈을 스트레이트에서 쫓고 있습니다. 증거들이 하나씩 둘씩 나오고 있습니다. 세상에, 진실이 밝혀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에게 그 돈을 다 돌려주는 날까지, 스트레이트는 뛰고 또 뛰겠습니다.